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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시론] 전투력의 근간, 부사관이 무너지고 있다

채성준
서경대 교수
군사학과

전쟁의 승패는 지휘관의 명령이 현장에서 얼마나 정확하게 실행되느냐에 달려 있다. 나폴레옹 전쟁(1803~1815) 당시 프랑스군은 장교만으로는 이를 해결하는 데 한계가 있음을 절감하고 숙련된 하급 간부를 체계적으로 육성했다. 이후에도 이 전통이 이어지면서 장교와 병의 중간 간부층이 병력을 실제로 움직이고 전투를 유지하는 핵심축으로 자리 잡았으며, 오늘날까지도 그 구조가 유지되고 있다.

 

우리 군 역시 이러한 전통 위에서 성장했다. 6·25전쟁 당시 급박한 전황 속에서 전선을 지탱한 건 바로 현장의 ‘하사관’들이었다. 전후에 군을 현대화하는 과정에서도 장비 운용과 부대 운영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중심 역할을 맡았으며, 기계화·정보화된 군으로 발전하면서 전투력 유지의 근간으로 자리 잡았다. 2001년에는 명칭을 ‘부사관’으로 변경함에 따라 전문 직업군으로서 위상을 확보하게 됐다.

 

군을 하나의 유기체로 본다면 장교는 두뇌다. 그러나 두뇌만으로는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실제로 부대를 작동시키고 전투력을 구현하는 것은 근육과 신경에 해당하는 부사관이다. 장교가 전투를 설계한다면 부사관은 이를 현장에서 실현하고 완성한다. 부사관이 ‘군의 척추’로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육군 부사관 충원율이 2020년 95% 수준에서 최근 40%대까지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인구 소멸로 병력 자원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군을 지탱해 온 핵심 인력 기반 자체가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희망 전역이 급증하면서 중사·상사 등 중견 부사관의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10~20년 차 숙련 간부층의 감소는 군 전력의 ‘허리’가 무너지고 있음을 알리는 경고 신호로 읽힌다.

 

여기에 장교 지원율 저하와 조기 전역 증가까지 맞물리면서 군 간부 충원 기반이 불안정하다는 점은 더욱 우려스럽다. 지휘와 운용을 떠받치는 두 축 가운데 하나라도 흔들리면 군은 균형을 잃게 된다. 더구나 부사관의 약화는 단순한 균형의 문제를 넘어 전투력의 ‘작동’ 자체를 멈추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 치명적이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낮은 보수, 불규칙한 생활, 잦은 근무지 이동과 주거 불안정, 과도한 행정업무와 경직된 조직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설상가상 병사 봉급 상승에 따른 상대적 박탈감과 부모 민원 및 사고 책임까지 떠안아야 하는 구조가 더해지면서 사기가 크게 떨어진 상태다. 결국 문제의 본질은 부사관을 전문 직업군이 아니라 여전히 사명감과 헌신에 기대는 인력으로 보는 데 있다.

 

현대전에서 부사관은 대체 가능 존재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드론, 정밀 무기 체계가 확대될수록 이를 운용하고 병력을 숙달된 전투원으로 만드는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부사관 한 명을 제대로 양성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며, 이들의 이탈 시 사라지는 것은 단순한 인원이 아니라 경험과 전투력 그 자체다.

 

해외 주요 군대는 이러한 현실을 제도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미국은 계급별 의무교육 체계와 리더십 과정, 주거 수당과 의료·교육 지원, 재복무 보너스 등을 통해 숙련 인력을 장기적으로 유지하며, 영국 역시 체계적인 직무·리더십 교육과 함께 장기 복무 기반의 인사 운영, 전역 이후 직업 전환 지원까지 제공한다. 이스라엘 또한 첨단 전력 분야에서 부사관급 전문 인력을 핵심 전력으로 관리하고 있다.

 

우리도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부사관을 단순한 ‘관리 대상’이 아닌 ‘투자 대상’으로 전환해 충원 경로를 다양화하면서 보수 체계와 근무 여건, 인사 구조 전반을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군은 전장에서 선택받지 못한다. 지금 결단하지 않으면 미래의 전장은 반드시 그 대가를 요구할 것이다.

 

채성준
서경대 교수
군사학과

 

<원문출처>

국민일보 (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