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채성준 칼럼] 중동의 전쟁, 한반도 안보에 던지는 질문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세계 질서는 언제나 한 지역의 전쟁이 다른 지역의 안보 환경을 흔드는 방식으로 움직여 왔다. 지금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 충돌 역시 그렇다. 겉으론 중동 지역의 분쟁처럼 보이지만, 동북아와 한반도 안보 환경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제정치에서 미국이 개입하는 전쟁은 단순한 지역 충돌에 그치지 않고 세계 군사 균형과 전략 자산의 배치에 연쇄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이미 그 징후는 나타나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 해협의 항행 안전을 위한 국제 해군 협력 참여를 촉구하며, 한국·일본·중국·영국·프랑스 등 주요 에너지 수입국과 해양 국가들을 직접 거명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에서 생산된 원유가 아시아와 유럽으로 이동하는 세계 에너지 수송의 핵심 통로다. 한국 역시 상당량의 원유를 이 항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다만 군사적 참여 여부와 협력 방식에 대해서는 각국의 이해관계와 전략적 계산이 엇갈리고 있으며, 참여 여부나 수준을 둘러싼 고민도 깊어지는 양상이다.
동북아 안보 지형에서도 변화 조짐이 나타난다. 최근 주한미군 성주 기지에 배치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일부 자산이 중동 방어 강화를 위해 이동한 사실이 확인됐다. 성주 기지의 사드는 북한의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핵심 방어 체계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자산 일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사실은 중동 전쟁이 미군의 전력 배치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주한미군이 한반도 방위에만 고정된 전력이 아니라 필요할 경우 다른 지역 작전에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이른바 ‘전략적 유연성’ 개념과 맞닿아 있다. 미국은 2000년대 중반 이후 해외 주둔 미군을 특정 지역 방어에 묶어 두기보다 세계 여러 분쟁 지역에 신속히 투입할 수 있는 기동 전력으로 운용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조정해 왔다. 이번 사드 일부 이동 역시 이러한 운용 방식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장기적으로 동북아 전략 환경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군사력은 여전히 세계 최강이지만, 동시에 유럽, 중동, 인도·태평양 등 여러 지역에서 군사적 긴장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글로벌 전력’으로 기능한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의 전략 자산과 정치적 관심이 그쪽으로 이동하면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일정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과 북한이 상대적으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려 할 가능성 역시 충분히 존재한다.
특히 북한 변수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다. 국제정치의 역사에서 한 지역의 전쟁은 종종 다른 지역의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 강대국의 전략적 관심이 분산되는 순간을 기회로 삼으려는 계산이 작동하는 까닭이다. 북한이 실제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최소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거나 미사일 시험을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려 할 가능성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경제 안보 측면의 충격 역시 상당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는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중동 충돌이 장기화될 경우 국제 유가 상승과 에너지 공급 불안은 물론 환율과 물류 비용, 제조업 경쟁력까지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오늘날 국가 안보는 군사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에너지와 공급망, 해상 교통로, 금융 안정까지 결합된 복합적 개념으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중동 전쟁이 던지는 질문은 분명하다. 국제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에도 우리 스스로 안보를 얼마나 안정적으로 지킬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특히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정세의 군사적 불안정성은 우리 안보에 또 하나의 전략적 부담을 더하는 요인이다. 한국 안보의 시야는 더 이상 한반도에만 머물 수 없다. 세계 곳곳의 충돌이 곧 우리의 안보 환경이 되는 시대가 이미 시작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냉정한 현실 인식과 신중한 전략적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s://www.ksmnews.co.kr/news/view.php?idx=595547(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