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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전규열 칼럼] 韓금융,돈의 방향 바꿔야 경제 산다...'생산적 금융'으로 체질 혁신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모습
지난해 12월 1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에서 열린 국민성장펀드 출범식 모습

대한민국 경제가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부동산과 부채 중심의 성장 구조’가 한계점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2% 이하의 저성장이 고착화된 현실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음을 경고하고 있다

 

이제 우리 금융도 단순히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중개자’를 넘어, 실물 경제의 활력을 불어넣는 ‘설계자’이자 ‘혁신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과 ‘포용적 금융’을 축으로 한 금융 대전환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를 담고 있다. 하지만 이 정책이 구호가 아닌 국민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과감한 정책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첫째, 금융의 자금 흐름을 ‘부동산’에서 ‘혁신 산업’으로 전환하는 생산적 금융으로의 구조적 개편이 시급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국내 은행들은 대기업 대출에서 탈피해 안전한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영업에만 치중해 왔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 결과 가계부채는 늘어나고, 혁신 기업은 자금난에 허덕이는 불균형이 고착화 되었다는 평가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위험가중치(RW) 규제 합리화’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한다. 현재 생산적 금융에 투입되는 자금은 일반 자산보다 리스크 부담이 커서 금융사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실정이다. 비상장 기업 주식이나 정책 목적 펀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과감히 낮춰 금융권이 자발적으로 위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판’을 깔아줘야 한다

 

둘째, ‘담보’가 없어도 ‘기술력과 사업성’만으로 대출이 가능한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금융은 부동산이라는 확실한 담보 없이는 문턱을 넘기도 힘들었다

 

하지만 미래 산업은 무형의 기술과 아이디어가 핵심이다. 정부는 금융사가 다양한 신용평가와 사후관리 모델을 시도할 수 있도록 ‘감독의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획일적인 규제 대신, 각 금융기관이 산업 이해도를 기반으로 독자적인 기술 심사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유도하고, 그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혁신적인 감독 체계가 필요하다

 

셋째, ‘포용적 금융’은 단순한 시혜적 지원을 넘어 ‘재기 지원’ 중심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단순히 빚을 탕감해 주는 방식은 도덕적 해이를 낳고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을 해칠 수 있다. 진정한 포용은 취약계층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상환 여력의 회복’을 돕는 것에서 시작된다.

5대 금융지주가 정부 기조에 맞춰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공개한 지난 1월 8일 서울 시내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설치돼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를 열고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가 마련한 방안을 공개했다.
5대 금융지주가 정부 기조에 맞춰 향후 5년간 약 70조원 규모의 포용금융 확대 방안을 공개한 지난 1월 8일 서울 시내에 은행 현금자동입출금기가 설치돼 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포용적 금융 대전환 1차 회의’를 열고 KB·신한·하나·우리·농협금융지주가 마련한 방안을 공개했다.

대출 거절 시에도 대안 프로그램을 연계하거나, 정보 공개와 시장 기반 평가를 통해 저신용자들도 공정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설계해야 한다

 

넷째, 정부는 ‘직접 배분’의 유혹에서 벗어나 ‘자본시장의 룰’을 정비하는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어느 기업이 살아남고 어느 산업이 유망한지는 정부가 아닌 시장이 가장 잘 알기 때문이다

 

정부가 생산적 분야를 직접 지정하기보다, 회계 투명성을 높이고 상장과 퇴출 규율을 엄격히 하는 등 ‘자본시장의 거버넌스’를 바로잡는 것이 우선이다. 자본시장이 제대로 작동할 때 비로소 돈은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흘러가고 경제 전체의 효율성이 극대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전환과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과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도입을 통해 지급결제 시스템의 효율을 높이고, 해외로 나간 기업들이 지방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파격적인 세제 혜택과 규제 완화를 제공하는 ‘리쇼어링 정책’을 금융과 연계해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

 

금융 대전환의 성패는 결국 현란한 ‘구호’가 아닌,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에 달려 있다고 하겠다. 금융권의 KPI(핵심성과지표)를 단순 실적이 아닌 ‘국민 삶의 질 개선’이라는 결과 중심으로 재편할 때, 대한민국 금융은 비로소 경제 성장의 ‘심장’으로서 다시 뛸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과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는 세밀한 설계와, 기득권을 내려놓는 과감한 결단이다. 이번 금융 대전환이 한국 경제의 재도약을 이끄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전규열 교수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국회입법지원위원(과방위)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 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서민금융진흥원 규제입증위원(전)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5483(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