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억 서경대 혁신부총장 칼럼: 지방대학 회생과 '강소기업' 네트워크 [지금, 대학을 묻다]
지방대학을 보면 1만 명 규모의 대학이 5,000 명 수준으로 줄어든 사례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지역 인구구조 붕괴가 중첩된 구조적 현상이다.
먼저 학령인구 전망을 보면 고등학생 규모는 2028년 141만 명에서 2035년 95만 명으로 32% 축소될 것으로 예측된다. 국가데이터처 장기 인구추계를 보더라도 지방의 감소 폭이 더 크다. 실제로 시도별 유소년 인구 변화에서도 대부분 지역이 2052년에는 2022년 대비 30~59%가량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전남 –52.0%, 경북 –51.8%, 부산 –47.1% 등의 감소 폭이 두드러진다. 이러한 변화는 대학 미충원율 전망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2043년 기준 미충원율은 수도권 일반대학(25.5%)에 비해 비수도권 일반대학은 39.8%로 확대되며, 전문대학도 수도권은 61.0%, 비수도권은 83.3%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동일한 학령인구 감소라도 충격이 지방대학에 훨씬 더 집중되는 구조다. 지방대학의 위기는 개별 대학의 경쟁력 문제와 학령인구 감소, 지역 유소년 인구의 장기적 급감, 비수도권 대학의 미충원율 급증이 결합된 구조적 위기다.
지방대학 위기는 산업, 일자리, 문화 자원의 수도권 집중 속에서 인재 이동이 구조적으로 발생하면서 심화된다. 수요 감소는 상위권 대학으로의 지원 집중을 낳고, 연구비, 우수 교원,산학협력 기회도 같은 방향으로 재배치된다. 그 결과 지방대학은 충원 미달과 재정 악화, 교육·연구 여건 약화의 악순환에 빠진다. 이는 청년 유출과 지역 산업 기반 약화를 초래하고, 다시 대학의 매력 하락으로 이어지는 순환구조를 만든다. 일본과 대만에서도 나타나지만 한국은 사립대 비중이 약 80%에 이르고 수도권 산업 집중도가 높아 자원 이동 속도가 특히 빠르다.
대학이 없어지면 지역이 소멸한다는 단정은 과장일 수 있다. 하지만 대학은 지역경제, 인구구조에 ‘앵커(anchor) 효과’를 갖고 있어, 앵커가 사라지면 지역사회가 더 빨리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대학과 지역이 상호 쇠퇴의 악순환에 빠지지 않도록 기능과 역할을 재설계하는 체제 전환 조치가 필요하다.
첫째, 대학 기능의 재배치와 다층적 분화가 필요하다. 연구중심과 교육중심의 단순 구분을 넘어 설립 유형, 규모, 지역 수요를 반영한 기능 재편이 요구된다. 소규모 지방 사립대학은 학령인구 중심 모델에서 벗어나 중장년, 은퇴자 재교육과 사회참여 교육을 담당하는 고령사회 대응 기관으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둘째, 대학 정책과 지역 산업 그리고 고용 정책의 통합적 재구조화가 필요하다. 지역 전략 산업과 연계한 학과 재편, 기업과 공동 운영하는 교육과정 등 대학과 산업이 완전히 연계된 인재 양성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독일 미텔슈탄트대학은 5,000여 강소기업 네트워크와 협력해 현장 전문가 참여 교육과 장기 현장실습을 통해 졸업생의 지역 취업 경로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있다. 이는 대학과 산업이 연계된 인재양성구조의 중요한 시사점이다.
셋째, 재정지원과 평가체계의 개편이 필요하다. 획일적 경쟁 지표 중심의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대학의 기능 전환과 성과 달성을 전제로 한 조건부 단계적 재정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결국 지방대학 문제의 핵심은 ‘얼마나 줄일 것인가’가 아니라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 대학 체제로 전환할 것인가’에 있다. 감축 논리를 넘어 기능 중심의 고등교육 체제 재구조화를 추진할 때 지방대학의 급격한 붕괴도, 무분별한 존속도 아닌 질적 전환의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원문출처>
한국일보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030313460000485(새 창 열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