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전규열 칼럼] 중동발 '에너지 불안', 한국 경제의 회복력 시험대
호르무즈 해협 봉쇄, 수출입 숨통 조인다
유가·환율·물가 ‘3고(高)’의 그림자
위기를 기회로 바꿀 회복력

이란 최고지도자 하메네이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이어진 보복 선언은 중동 정세를 순식간에 혼돈으로 몰아넣었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자, 국제 유가가 급등세를 보이고 유로화와 환율이 떨어지고 가상자산이 급락세를 보이는 등 금융시장은 곧바로 요동쳤다. 이제 이번 사태는 단순한 지정학적 충돌이 아니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과 위기 대응력, 다시 말해 회복탄력성을 시험하는 현실 문제가 되었다.
영학에는 한 부분의 정체가 전체 시스템을 멈추게 하는 ‘병목현상’이란 개념이 있다. 지금의 호르무즈 해협이 바로 그 병목이다. 전 세계 원유의 20~30%가 이 해협을 통과하고, 우리나라는 원유 수입의 약 70%, 천연가스의 20~3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만약 이 통로가 막히면, 단순히 유가가 오르는 수준을 넘어 산업 가동과 전력 공급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미 해협 부근에서 상선 공격 뉴스가 잇따르고 해상 보험료가 급등하는 등, 기업들은 현실적인 부담을 체감하고 있다. 물류비 상승은 곧 제품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국내 생산과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약화시킨다.
위기가 깊어질수록 경제는 연쇄 반응을 일으킨다. 이번 사태가 몰고 온 세 가지 파도는 유가·환율·물가의 ‘3高 현상’이다.
먼저, 유가 폭등이다. 현재 배럴당 70~80달러 수준의 국제 유가는 사태가 장기화되면 100달러를 넘고, 최악의 경우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유가가 100달러를 돌파하면 전 세계 물가가 0.6~0.7%포인트 상승하고, 이는 곧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생활물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둘째는 환율 급등이다. 전쟁이나 테러 같은 불확실성이 커지면 자금이 안전자산인 달러로 몰린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40원을 넘겼고, 유가가 더 오르면 1,500원대 중반까지 상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환율 상승은 수입 원자재와 해외 구매 비용을 높여 서민 생활비 전반을 압박한다.

셋째는 산업 충격이다. 원유와 가스를 대량으로 사용하는 정유·화학 산업은 물론, 항공기 연료를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항공업계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일부 항공사는 이미 중동 노선을 축소하거나 우회 운항 중이다. 장거리 항로로 인한 비용 증가는 결국 항공 노선 운임 인상으로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따라서 근본 처방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과거 위기를 겪으며 ‘비상 대비 체계’를 비교적 충실히 쌓아왔다.
현재 정부는 전국 9개 비축기지에 1억 배럴 이상(약 7개월 치)의 원유와 약 52일분의 천연가스를 저장하고 있다. 단기적인 공급 차질에는 버틸 수 있는 규모다.
또한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100조 원 이상 규모의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가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 이는 증시와 외환시장을 급변동에서 지키려는 완충장치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런 조치는 ‘단기 처방’일 뿐,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에너지 조달 구조를 근본적으로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 중동 의존도를 줄이고 미국 셰일오일, 아프리카·호주산 LNG,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
기업들도 하나의 수급망이나 항로에만 의지하지 않고, 다양한 에너지·물류 조달선 확보 전략을 세워야 한다. 위기는 준비된 자에게만 기회가 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직면한 중동발 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러나 공포심이 경제를 더 빠르게 얼어붙게 만든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불확실성이 높을수록 소비와 투자는 위축되고, 이는 실물경제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오히려 지금이야말로 이성적 판단과 침착한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나라는 이미 두 차례 오일쇼크,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큰 폭풍을 견뎌낸 경험이 있다. 위기 때마다 국민의 단결과 기업의 유연한 대응, 정부의 신속한 조정이 어우러져 새로운 성장의 발판을 만들었다.
이번 사태 역시 다르지 않다. 정부가 세밀하게 시장을 관리하고, 기업이 위기 속에서도 변화를 모색하며, 국민이 차분하게 대응한다면 이번 ‘에너지 위기’는 오히려 더 튼튼한 경제로 가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전규열
경영학박사
폴리뉴스 부사장
국회입법지원위원
KT스카이라이프 시청자위원
서경대경영학부 겸임교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4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