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채성준 칼럼] 전쟁 가능 국가로 가는 일본, 우리는 준비되어 있는가

바다는 언제나 조용히 변한다. 수면 위의 파도는 어느 날 갑자기 솟구치는 듯 보이지만, 그 밑바닥에서는 이미 조류가 방향을 틀고 있다. 최근 총선 압승 이후 일본 다카이치 총리 체제가 보여주는 안보 정책의 속도는 더 이상 ‘점진적 조정’ 양상이 아니다. 지금 일본은 전후 체제의 연장이 아니라, 그 체제를 재정의하는 단계다.
가장 주목해야 할 건 일본의 평화헌법, 특히 9조 개정이다. 현재 집권 세력이 개헌 발의선에 근접한 의석을 확보하면서 더 이상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사실상 일정과 절차만 남겨놓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 흐름은 헌법에만 머물지 않는다. 방위력 강화를 위한 3대 안보 문서의 조기 개정, 방위비 증액, 무기 수출 규정의 대폭 완화, 국기 훼손죄 제정 논의까지 병행되면서 안보·법제·상징 질서를 포괄하는 재정렬이 추진되고 있다.
만약 자위대를 헌법에 명기하는 개정이 실현될 경우, 이는 1946년 평화헌법 제정 이후 처음으로 전후 체제의 근간을 수정하는 일이다. 그렇게 되면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 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는 길목에 서게 된다.
일본 안보 전략에서 또 하나 두드러지는 부분은 중국을 ‘경쟁자’가 아닌 ‘구조적 안보 도전’으로 규정하는 인식의 제도화다. 대만해협과 남중국해에서의 긴장 고조, 회색지대 활동의 상시화는 일본으로 하여금 해양 통제 능력과 정보·감시·정찰(ISR) 역량 강화를 최우선 과제로 설정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은 선언적 협력을 넘어 전력 구조 차원의 통합으로 발전하고 있다. 연합훈련의 상시화, 미사일 방어 체계 연계, 첨단무기 공동 개발은 동맹을 ‘정치적 상징’이 아닌 ‘군사적 현실’로 전환시킨다. 이는 곧 유사시 작전 범위와 대응 수위가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설정될 가능성을 내포한다.
더 주목해야 할 흐름은 정보 역량의 재편이다. 일본은 총리실 직속의 가칭 ‘국가정보국’을 설치해 부처별로 흩어져 있던 정보·분석 기능을 통합하려 하고 있다. 국가 차원의 전략 판단 능력을 구조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사후 대응 중심의 체계에서 사전 설계 중심의 체계로 옮겨가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사이버·우주·해저 인프라와 데이터 흐름까지 안보 변수로 작동하는 시대에, 정보는 억지력의 기반이자 전략적 우위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이라는 인식이 그 전제에 놓여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한국에 복합적인 과제를 던진다. 북핵 고도화와 북한의 미사일 능력 증강, 그리고 중국·러시아와의 전략적 밀착은 한미일 협력의 실질적 필요성을 높이고 있다. 정보 공유와 미사일 경보 체계, 해양 감시 협력은 분명 억지력을 강화하는 수단이다. 그러나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가 동북아 군비 경쟁을 자극하고, 역내 긴장 구조를 고착화할 것이 우려된다. 특히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전략적 역할 범위를 어디까지 설정할 것인가는 국가 전략의 근간과 직결된다.
여기에 더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은 한반도 안보에서 또 다른 변수다. 남북을 상호 적대적 주권 국가로 규정하는 인식이 제도화될 경우, 관리 가능한 긴장이 아니라 상시적 대치 구조로 굳어질 수 있다. 일본의 안보 역할 확대와 한·미·일 공조는 북한의 위협 인식을 자극하는 반면, 북한의 적대 노선은 역내 군사 통합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작용할 것이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찬성과 반대의 문제가 아니라 설계의 문제다. 북핵 대응과 직접 연관된 영역에서는 협력을 제도화하되, 역외 분쟁에 대한 개입은 명확한 국익 기준과 민주적 통제 원칙 아래 두어야 한다. 동시에 역사 문제와 안보 협력을 구조적으로 분리 관리하는 외교적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 일본의 안보 전환은 개헌, 방위력 증강, 정보 통합, 동맹 심화가 맞물리며 동북아 전략 환경의 구조를 재편하고 있다. 그러나 진짜 변수는 일본이 아니라, 그 변화 속에서 한국이 어떤 좌표를 설정하느냐다. 격변의 국제질서 속에서 우리는 반응하는 국가로 남을 것인가, 전략을 설계하는 국가로 나아갈 것인가. 지금은 판단을 미루기보다 원칙과 전략을 분명한 선택으로 구체화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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