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교수 칼럼: [전규열 칼럼] "성장률 2% 회복에도, 경기 체감은 제자리...경제 체질 개선 골든타임"
한국경제 ‘K자 양극화’ 심화
반도체·AI 중심 회복세 속 중소기업·지역 경기 침체 지속…균형 성장 전략 시급

2026년 세계 경제는 팬데믹의 터널에서 벗어나 완만한 회복의 길에 들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약 3.1%로 예상되며, 단순한 숫자만 보면 안정돼 보이지만 여전히 팬데믹 이전 평균치인 3.4%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소비와 고용의 회복세 속에 약 2%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가겠지만, 중국은 부동산 경기 침체와 내수 위축으로 인해 성장률이 4% 초반대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세계 경제는 세 가지 주요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 첫째는 관세 리스크다. 미국의 평균 관세율이 1930년대 이후 최고 수준인 18%에 달하면서, 각국의 무역 갈등이 확대되고 교역량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둘째는 AI 투자 과열 리스크다. 인공지능 산업이 기술 발전의 중심에 서 있지만, 기업들이 쏟아붓는 막대한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할 경우 거품이 꺼지며 금융시장 전반을 흔들 위험이 있다. 셋째는 지정학적 리스크다. 중동 지역의 분쟁이 확산되어 원유 공급이 차질을 빚는다면, 국제 유가가 배럴당 130달러까지 치솟고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다시 고개를 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런 불확실한 여건 속에서도 한국 경제는 지난해 극심한 침체인 1% 성장을 지나 올해는 1.8%~2.1% 수준의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경기가 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AI 서버와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출하량은 40%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수출이 회복되고 금리 인하로 내수 소비도 점차 살아나면서 경기의 바닥은 지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체감 경기는 온도차가 존재한다. 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는 이른바 ‘K자형 성장’ 구조 때문이다. 반도체나 AI 관련 기업은 빠르게 성장하지만, 전통 제조업과 중소기업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차이는 곧 고용 불안과 지역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또한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안팎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아 기업의 수입비용과 물가 부담을 높이고 있다. 더 큰 문제는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 즉 잠재성장률이 1%대 중반으로 떨어졌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경제가 물가를 자극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 속도인데, 이는 한 나라의 장기적 성장 가능성을 보여주는 지표다. 잠재성장률이 낮다는 것은 ‘열심히 달려도 멀리 가지 못하는 경제 체질’을 의미한다. 그 이유는 인구 구조의 고령화, 수도권 집중, 생산성 둔화, 자본의 해외 유출이 동시에 악재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인구의 절반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고 있다. 높은 주거비와 치열한 경쟁 환경은 젊은 세대의 출산을 포기하게 만들고, 이는 곧 노동 인구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수도권 집중은 또 다른 문제도 낳는다. 자본과 인력, 인프라가 한 지역에 쏠리면서 지방의 생산성과 소득이 떨어지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이 약화되는 것이다. 부동산 가격 상승은 가계부채를 확대시키고, 소비 여력을 억누르며 장기적인 경기 활력 저하를 초래한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일본이 경험했던 장기 저성장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같은 이유로 2026년은 단순한 경기 회복의 해가 아니라, 한국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골든타임’이 될 것이다. 그 돌파구로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피지컬 AI(Physical AI)’다. 이는 제조업 현장에서 축척된 방대한 ‘실물 데이터’를 인공지능과 결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는 기술이다. 한국은 세계적인 제조 공정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이를 기반으로 한 AI 응용은 글로벌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강점을 만든다. 예를 들어 반도체 공정 데이터를 분석해 불량률을 1%p만 줄여도, 연간 수천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더 나아가 자동차, 소재, 바이오, 의료기기 등 다른 제조 분야로 AI 융합이 확산된다면, 한국 경제 전체의 총요소생산성(TFP)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2.5~3%까지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 이와 함께 중소기업 정책의 혁신도 필수다. 지금까지는 모든 기업을 대상으로 한 ‘골고루 지원’ 방식이었지만, 이제는 기술 혁신과 성장 잠재력이 높은 기업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돕는 전략으로 바뀌어야 한다. 특히 제조 데이터와 AI를 활용한 중소기업의 스마트화는 단순한 생존 전략을 넘어 ‘신뢰 기반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업그레이드하는 핵심이 될 것이다. 반도체 호황이 중소기업까지 확산되려면 소재, 부품, 첨단 패키징 등 인접 밸류체인 확장 전략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또한 서비스 산업의 규제를 완화해 의료, 교육, 돌봄 분야의 생산성을 높이고, 금융권이 혁신 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할 수 있는 벤처 생태계 조성도 필요하다. 리스크를 감수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마련돼야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돌 수 있다. 결국 올해 한국 경제의 성패는 두 가지 축, 즉 기술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인구·지역 구조 개혁에 달려 있다. 피지컬 AI와 같은 산업 혁신이 경제의 외연을 확장시키고, 비수도권 균형 발전이 내연을 튼튼하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성장률은 올랐는데 내 지갑은 그대로인”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전규열
경영학 박사
폴리뉴스 부사장(정치경제본부장)
국회입법지원위원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원문출처>
폴리뉴스 https://www.poli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721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