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영 서경대 공공인재학부 교수 칼럼: [기고] 청백리 시상식을 바라보며
서경대학교 한기영 교수

며칠 전 제49회 청백봉사상 시상식이 마포구 상암동 중앙일보사에서 열렸다. 1977년 제정한 청백봉사상은 청백리(淸白吏) 자세로 지방행정에 헌신한 공직자를 선정한다.
일부에서는 지자체장이 권한을 위임받았으니 추진력 있고 신속하게 사업을 추진해가는 카리스마 리더십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이는 정확하게 민주주의 가치를 폄훼하고 지방자치 도입 취지를 반대하는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청렴이 투명성으로 시스템화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행정의 결과에 대한 불신을 낳을 수 있다. 핵심은 속도가 아니라 청렴과 투명성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주민이 신뢰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정책 결정과 집행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투명성 없는 행정에서는 주민 참여가 형식적 절차로 전락하고, 권력과 자원의 사용은 불투명하며 소수 의견은 쉽게 배제된다. 결국 정책 서비스 품질 하락뿐만 아니라, 행정에 대한 불신을 야기하고 공공자원 분배의 왜곡과 불평등의 결과를 초래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해마다 행정기관과 공직유관단체의 종합청렴도를 조사해 공지하는 것도 국민들에게 행정 청렴도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점을 알리기 위해서다. 국민권익위원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지난해 12월 조사결과도 중앙행정기관,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청렴도를 5개 등급으로 나누어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도 등급별로 나열돼 있다. 어떤 구는 해마다 우수 등급을 유지하는가 하면, 어떤 구는 가장 낮은 등급을 받았다.
이는 분명 각 자치구를 이끄는 단체장의 행정 능력과 직결된 결과이다. 불법 선거운동을 벌이는 가 하면 시민이나 주민의 의견을 무시한 일방적인 행정으로는 청렴도 조사에서 결코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없다.
주민 체감 청렴도와 민원 만족도 역시 중요하다. 반복되는 민원 불만족과 낮은 결재 정보 공개율은 행정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명백한 지표이다.
전문가도 주민도 고개를 가로젓는 정책을 벌여놓고 해명 설명회에선 주민 참여를 제한하고, 질의 과정도 축소한 극단적인 사례도 있다. 주민 의견 수렴보다는 단체장의 의지를 일방적으로 내용 전달하는 자리로 전락하며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훼손했다는 원성도 나온다.
각 자치단체는 보여주기식 선언이나 단순 지표 관리가 아니라, 청렴과 투명성을 기반으로 한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야 한다. 청렴이라는 주춧돌을 바로 세우고 투명성이라는 시스템을 행정의 근간으로 확립해야 한다.
물론 그 길은 쉽지 않다. 오죽하면 청백리를 두고서도 3대가 영의정 하기는 쉬워도, 1대가 청백리 하기는 어렵다고 하겠는가? 그러나 ‘존경하는 주민 여러분’이라는 수식 문구에 진심을 담아 행정의 원칙을 재정비한다면 가능하다. 정보 공개 확대, 민원 서비스 질 향상,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주민이 행정을 피부로 체감하며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본인 임기를 기준으로 성급한 무리수를 거듭할 것이 아니라, 주민의 삶과 행복을 기준 삼아야 한다. 이는 바른길을 걸어가겠다는 진심이 있어야 가능하다.
<원문출처>
데일리한국 https://daily.hankooki.com/news/articleView.html?idxno=12949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