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to content

서경대학교

서브페이지 백그라운드 이미지

서경 TODAY

SKU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를 매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메뉴 | 검색 | 퀵메뉴

    서경대학교의 모든 것, 여기서 검색하세요!

    • 작게
    • 보통
    • 조금 크게
    • 크게
    • 가장 크게

    박원주 서경대 교수 칼럼: 결국 시장 전체에 투자하는 게 답

    대세 상승장일까, 거품일까?

    10월의 마지막 주 기준, 뉴욕 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국내 코스피 지수도 마침내 ‘꿈의 4,000포인트’를 돌파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번 지수 상승의 중심에는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AI 열풍이 자리한다. 그 거대한 모멘텀이 국내 증시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라는 두 대장주를 중심으로 시장 전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지금의 시장 분위기는 그야말로 ‘대세 상승장’이라는 표현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이처럼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를 때, 투자자의 마음은 두 갈래로 나뉜다. 한쪽에서는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의 불안감이 고개를 든다. ‘지금이라도 AI 관련주에 올라타야 하나?’, ‘이 거대한 상승 흐름에서 나만 소외되는 건 아닐까?’ 초조함이 앞선다. 소위 ‘잘나가는’ 테마와 종목을 쫓아 추격 매수에 나서고 싶은 유혹이 커진다. 다른 한쪽에서는 거품 붕괴의 공포가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과거 닷컴 버블처럼, 혹은 2008년 금융위기처럼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건 아닐까?’, ‘지금이라도 현금화하고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려야 하나?’ 하는 두려움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상반된 두 감정 모두 결국 ‘예측’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이다. 시장의 꼭대기(거품)나 바닥(상승의 초입)을 맞추려는 시도 말이다. 하지만 재무설계사(FP)로서 우리는 고객에게 알려야 한다. 시장을 예측하려는 투자야말로 가장 위험하며,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본질적인 역할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 혼란스러운 시장 앞에서 우리가 붙잡아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그 답은 이미 수십 년 전 노벨경제학상으로 검증된 두 가지 금융이론, 현대포트폴리오이론(MPT)과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 안에 담겨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세 상승장인가, 거품인가’라는 질문 자체가 큰 의미가 없으며, 지금 잘나가는 ‘개별 종목’을 추종하기보다 ‘시장 전체’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훨씬 더 우월하다는 사실을 이 두 이론이 명확히 보여준다.

    왜 ‘잘나가는 종목’이 정답이 아닐까 (MPT의 가르침)

    1952년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가 제시한 현대포트폴리오이론(MPT)은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투자 격언을 수학적으로 증명했다. MPT의 핵심 관심사는 개별 종목의 위험이 아니라 위험자산으로 구성된 전체 포트폴리오의 ‘총위험(Total Risk)’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느냐였다. 마코위츠는 포트폴리오에 서로 다른 종목, 특히 상관관계가 낮은 종목을 편입할수록 포트폴리오의 총위험이 개별 종목 위험의 단순 평균보다 훨씬 낮아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종목 수를 늘리다 보면 더 이상 위험이 줄어들지 않는 지점이 나타난다. 그는 이를 통해 투자 위험이 본질적으로 두 가지로 구성되어 있음을 밝혔다.

    첫째, 비체계적 위험(Unsystematic Risk)이다. 이는 특정 기업 고유의 위험으로, CEO의 횡령, 신제품 실패, 경쟁사의 기술 혁신처럼 예측 불가능한 사건에 의해 발생한다. MPT는 이 위험이 충분한 분산투자만으로 거의 제거 가능하다는 점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둘째, 체계적 위험(Systematic Risk)이다. 이는 금리 인상, 전쟁, 경기침체, 팬데믹 등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으로, 어떤 투자자도 완전히 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따라서 ‘잘나가는 종목’ 몇몇에 몰빵 투자하는 것은 시장 전체의 위험뿐 아니라 불필요한 비체계적 위험까지 스스로 짊어지는 행위가 된다.

    MPT가 제시한 분산의 핵심 원리는 자산 간 상관관계(Correlation)에 있다. 현실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같은 산업에 속한 주식이 반대로 움직이거나(상관관계 -1) 전혀 상관없이 움직이기(0)란 쉽지 않다. 그러나 MPT의 통찰은 명확하다. 상관관계가 완벽히 같지만 않다면(+1이 아니라면), 서로 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자산을 폭넓게 편입할수록 한 기업의 악재가 다른 여러 기업의 정상적인 움직임에 의해 통계적으로 상쇄된다는 것이다. 즉, 투자자는 굳이 감수하지 않아도 될 위험을 분산을 통해 제거함으로써 동일한 위험 수준에서 더 높은 수익을 기대하거나 동일한 수익에서 더 낮은 위험을 선택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MPT가 말하는 ‘효율적 포트폴리오(Efficient Portfolio)’다.

    결국 지금 가장 뜨거운 종목을 고르는 일은 우리가 충분히 제거할 수 있었던 비체계적 위험에 스스로 노출되는 선택이다. MPT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투자는 ‘무엇을 선택하느냐’의 게임이 아니라 ‘무엇을 제거하느냐’의 게임이다. 불필요한 위험을 줄이는 분산이 곧 합리적인 투자다.

    왜 ‘시장’이 가장 우월한 포트폴리오인가 (CAPM의 가르침)

    마코위츠의 현대포트폴리오이론(MPT)이 ‘분산’을 통해 비체계적 위험을 제거하는 방법을 설명했다면, 자본자산가격결정모형(CAPM)은 그 다음 단계, 즉 체계적 위험만 남은 상황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법은 무수히 많지만, 투자자의 진짜 관심은 하나다. ‘어떤 조합이 위험 대비 가장 효율적인 수익을 주는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경제학자들은 한 가지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위험이 없는 자산과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자산을 함께 조합하면 어떨까?’ 즉, 무위험자산(Risk-free Asset)과 위험자산(Risky Asset)의 결합 개념이다.

    예금이나 국채처럼 안정적으로 이자를 주는 자산이 무위험자산이라면, 주식은 대표적인 위험자산이다. 투자자는 이 두 자산을 적절히 섞어 자신의 위험 선호도에 맞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다. 이 조합을 시각화한 것이 바로 자본시장선(CML: Capital Market Line)이다. CML은 무위험자산에서 출발해 위험자산 포트폴리오를 잇는 ‘직선’으로 표현된다. 즉,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무위험자산의 비중을 높이고, 더 큰 수익을 원한다면 위험자산의 비중을 늘리면 된다. 일부 투자자는 무위험자산을 빌려서 위험자산을 더 매수하는 이른바 ‘레버리지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위험자산 포트폴리오’로 무엇을 선택해야 할까? CAPM은 명확히 답한다. ‘시장 전체를 담은 시장포트폴리오(Market Portfolio)가 가장 우월하다’고 말이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포트폴리오는 이미 수많은 투자자의 정보, 기대, 판단이 반영된 결과물이다. 즉, 시장 자체가 가장 분산이 잘 되어 있는 효율적 조합이며, 누구도 그보다 나은 ‘위험-수익’ 비율을 만들어낼 수 없다는 뜻이다. 주가지수가 바로 이 시장포트폴리오에 해당한다. 따라서 투자자는 시장포트폴리오(코스피200, 미국 S&P500 등)에 투자하고 자신의 성향에 맞게 무위험자산(채권, 예금) 비중만 조절하면 된다.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채권 비중을, 수익을 높이고 싶다면 주식 비중을 높이면 된다. 이 단순한 조합만으로도 수백, 수천 종목을 일일이 고를 필요 없이 이미 시장이 제공하는 ‘효율적 결합’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CAPM이 전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장은 누구보다 똑똑하다. 잘나가는 종목 하나를 맞히려 애쓰기보다 시장 전체를 꾸준히 보유하는 투자가 결국 장기적으로 가장 현명하다. 시장은 이미 모든 위험과 기대를 반영한 최고의 포트폴리오이며, 투자자는 그 시장 위에서 자신의 목표와 속도(위험 수준)에 맞춰 항해하면 된다.

    이론과 현실의 연결: 시장지수 투자의 의미

    시장지수 ETF나 인덱스 펀드 투자는 바로 CAPM이 말하는 ‘시장포트폴리오’에 투자하는 행위다. 이는 단순히 ‘시장이 오르는 만큼만 수익을 얻겠다’는 소극적인 선택이 아니다. 오히려 MPT와 CAPM의 이론에 입각한 가장 합리적이고 우월한 투자 방식이다. 시장지수에 투자한다는 것은 불필요한 비체계적 위험을 완전히 제거하고 시장이 제공하는 합리적인 체계적 위험의 보상(기대수익)만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 전체의 흐름을 수용하면서도 개별 종목의 돌발 리스크에서 벗어나는 가장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선택하는 일이다.

    이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지금은 대세 상승장인가, 아니면 거품의 정점인가?’ 만약 우리가 시장포트폴리오(시장지수)에 투자하고 있다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알 필요가 없어진다. 지금이 대세 상승장의 초입이라면 우리는 시장 전체의 상승분을 그대로 누릴 수 있다. 설령 지금이 거품의 정점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피할 수 없는 체계적 위험만 감수할 뿐이다. 적어도 특정 기업의 돌발 악재로 인한 비체계적 손실로부터는 완벽히 보호받는다. 그리고 체계적 위험은 시간이 지나면 결국 회복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도, 팬데믹 충격도 그랬다. 경제와 시장은 늘 흔들리지만 장기적으로는 다시 제자리를 찾아왔다.

    시장에 머무르는 한 투자자는 그 회복의 과실을 함께 누릴 수 있다. 시장이 뜨거울수록 사람들은 ‘지금 사야 할 종목’, ‘곧 무너질 시점’을 알려주는 속 시원한 예측을 원한다. 하지만 투자는 예측의 게임이 아니라 원칙의 게임이다. 그 원칙은 명확하다. ‘시장을 이기려 하지 말고, 시장과 함께하라.’ 시장은 완벽하지 않지만 인간의 탐욕과 공포, 혁신과 회복의 모든 흐름을 가장 솔직하게 담고 있는 거대한 생명체다. 그 시장 전체에 꾸준히 투자하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불확실한 세상 속에서도 재무 목표에 가장 확실하게 다가가는 길이다.

     

    <원문출처>

    FP저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