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채성준 칼럼] 트럼프의 핵잠수함 보유 승인과 한국 전략의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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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학과장), 안보전략연구소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8일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확인된 “한국의 핵잠수함 보유를 승인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한반도 전략 지형을 흔드는 신호다. 한국이 ‘핵우산의 수혜자’에서 벗어나 ‘핵 균형의 설계자’로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열렸지만, 아직 구체적 결정은 없다. 트럼프가 건조 장소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州)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목했으나, 해당 조선소는 핵잠수함 건조·핵 추진 체계가 마련된 상태가 아니어서 실질적 준비와 제도적 승인 과정이 남아 있다. 섣부른 흥분은 주변국을 자극해 기회를 잃게 할 수 있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 인식과 전략적 준비다.
북한은 이미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쳤고,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과 전술핵 운용 체계를 반복 시험하고 있다. 자체 핵 추진 소형잠수함 공개는 ‘핵의 실전화’를 선언한 신호로 볼 수 있다. 미국 민간 연구기관 38노스와 미국 국방정보국(DIA)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핵탄두 50기 이상을 확보했으며, 핵탄두 운용 준비 부대와 전술 핵무기 체계까지 갖추고 있다. 신형 핵 어뢰 ‘해일’과 장거리 미사일은 서울과 부산을 사정권에 두고 있어, 기존 한미 연합 억지력만으로 대응이 쉽지 않다.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는 단순한 위협이 아니라 한반도 억제 구조 자체를 흔드는 전략적 도발이다.
핵잠수함은 단순한 군함이 아니다. 바다 밑 어둠 속에서 수천 km를 은밀히 이동하며 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전략자산이다 지상 기지가 초토화되어도 수중의 핵잠수함은 살아남는다. 이것이 바로 ‘2차 보복’ 능력이며, 핵전략의 균형을 유지하는 최후의 보루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북한이 핵 사용을 주저하게 만드는 핵심 요인은 상대의 보복 생존능력”이라고 분석한다. 핵잠수함이 바로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핵잠수함 보유는 군사력 증강을 넘어,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가는 길을 열 수 있다. 건조와 운용 과정에서 얻는 핵추진 원자로 기술, 잠항과 운용 경험, 핵연료 관리 능력은 핵무장 전환 시 즉시 활용 가능한 핵심 기술이다. 북한의 현실적 위협과 국민적 안보 요구가 맞물리면, 일본처럼 언제든 핵무장으로 전환할 수 있는 잠재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핵잠수함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라, 전략적 선택권을 만드는 수단이다.
일본이 잠재적 핵보유국으로 준비를 시작한 계기는 1970년대 초, 오일쇼크와 냉전의 군사적 압박 속에서다. 당시 미국 핵우산의 신뢰성에 대한 불안과 주변국, 특히 소련과 중국의 군사 위협을 감지하며,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기술적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을 내렸다. 이후 은밀하게 핵 기술과 전략적 인프라를 쌓아, 우라늄 및 플루토늄 기반 핵연료 재처리 시설, 고체 연료형 탄도미사일 연구, 리튬이온 추진 기반 잠수함 건조 등을 통해 잠재적 핵 능력을 쌓았다. 평화헌법 제9조 아래에서도 핵무기 제조 자체보다는 핵연료·추진 기술 등 전환 가능한 핵 관련 핵심 기술을 유지하며, 국제 규범을 직접 위반하지 않고도 언제든 핵무장 전환이 가능하도록 준비한 것이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원자력과 조선 기술, 3,000톤급 잠수함 독자 설계 능력을 갖추고 있어, 잠재력만 놓고 보면 핵잠수함 제작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에선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 한미 원자력협정, 미국 의회의 승인 등 제도적·외교적 제약을 넘어야 핵연료 확보와 실제 운용을 할 수 있다, 트럼프의 발언은 정치적 신호일 뿐, 구체적 실행엔 정교한 외교 설계와 국제사회의 승인이 필수적이다.
자칫 분위기에 들떠 섣부른 행동이나 정치적 경쟁에 몰입하면 기회는 사라진다. 일본이 수십 년간 준비해 오늘의 위치에 오른 것처럼, 우리도 흥분보다 계산으로 접근해야 한다. 핵잠수함 보유 논의는 단순한 군사력 강화가 아니라 국가 전략 전환의 문제다. 기회의 창은 잠시 열렸다. 준비 없는 열정은 창을 닫게 만든다. 지금 필요한 것은 환호가 아니라 정교한 전략 설계와 냉철한 현실 판단이다. 트럼프 발언의 진의를 신중하게 확인하면서, 내부 역량을 점검하고 제도적 준비를 착실히 진행해야 한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s://www.ksmnews.co.kr/news/view.php?idx=5720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