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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우방국에도 예외 없는 미국 이민법 집행의 현실이 주는 교훈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채성준 서경대 군사학과 교수 칼럼 우방국에도 예외 없는 미국 이민법 집행의 현실이 주는 교훈.png

    ↑↑ 채성준 서경대학교 군사학과 교수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이 최근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대규모 불법 고용 단속을 단행했다. 475명이 현장에서 체포됐고 이 중 300명 이상이 한국 국적자였다. 미국 언론은 “HSI 역사상 단일 현장 최대 규모라고 보도했고,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사상 최대 기획 단속으로 규정했다. 일상적 현장 급습이 아니라 수개월의 준비와 조사를 거친 정밀 작전이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은 적지 않다.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이민법 위반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천명하고, 불법 체류자나 비자 규정 위반 고용에 대해서는 어떤 예외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불법 이민을 단순한 경제·사회 문제가 아니라 국경 관리 실패가 가져오는 안보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은 단순한 법 집행을 넘어선 정치적 퍼포먼스의 성격도 크다. 미국 내 반이민 정서를 결집하고, 우방국 기업까지 단속 대상으로 삼는다는 강력한 시그널을 주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한국 정부나 기업의 책임이 면제되진 않는다. 단속 대상 중 상당수가 단기 출장 비자나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해 실제 노동에 종사한 정황이 드러났다. 고용자격확인서(I-9 양식) 등 필수 서류가 부실하게 관리된 흔적도 발견됐다. 이는 미국 이민법상 명백한 위반에 해당하며, 원청과 하청을 불문하고 기업의 관리 소홀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글로벌 대기업이라고 원칙에서 제외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그러나 한국 입장으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무엇보다 단속 방식이 문제였다. 미국은 사전 협의나 외교 채널을 통한 조율 없이, 언론을 대동한 채 전격적인 급습을 감행했다. 한국인 근로자 상당수는 실제로 단순 기술 지원이나 단기 업무 수행 차 체류 중이었다고 주장하고 있어, 불법 노동자와 단기 출장자의 구분 없이 대규모 연행이 이뤄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단속 과정에서 촬영된 체포 장면이 미국 언론에 공개된 것은 한국 정부가 유감을 표명할 정도로 외교적 결례에 해당한다.

    이번 사태가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글로벌 공급망에 편입된 기업이라도 현지 법률 위반에는 결코 안전지대가 없다. 둘째, 이민·노동 문제는 단순한 행정 사안이 아니라 외교·정치적 현안으로 언제든 비화할 수 있다. 셋째, 우방국 관계라 하더라도 법 집행 영역에서는 냉정한 이해관계가 우선한다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미 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이번 사건이 상호 경제 협력의 상징인 대규모 배터리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만큼 투자 신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국 내에서는 우방국 국민에 대한 과도한 단속이라는 비판이, 미국 내에서는 외국 기업의 불법 고용 관행 척결이라는 찬성 여론이 동시에 존재한다.

    이는 두 나라 관계를 미묘하게 흔들 수 있는 잠재적 갈등 요인이다. 다만 양국 모두 경제적 이해와 안보 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기에, 이번 사태가 근본적 균열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게다가 우리 정부 관련 부처와 경제단체, 기업이 합심해 신속하게 대응한 결과, 근로자 석방 교섭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이다. 앞으로 행정적 절차가 종료되는 대로 전세기를 투입해 귀환을 지원하겠다고 하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일회적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만큼,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기업은 해외 파견 인력의 비자·체류 자격을 철저히 관리하고, 하청까지 아우르는 고용 관리 시스템을 본사 차원에서 디지털화·투명화해야 한다. 정부도 대규모 대미(對美) 프로젝트 착수 전 비자·고용 문제를 사전 점검할 수 있는 제도적 협력 채널을 구축하고, 유사 상황 발생 시 신속하게 국민 권익 보장을 실행할 수 있는 위기 대응 매뉴얼 마련을 해야 한다. 나아가 이재명 정부가 미국에 700조 원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하지만, 이 역시 국익 중심의 조건부 협상 수단일 뿐 국민 보호와 국내 산업 강화라는 대전제에서만 정당화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원문출처>

    경상매일신문 http://ksmnews.co.kr/news/view.php?idx=561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