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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규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알린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 필사본 고전소설 <설공찬전>, <다시 쓰는 설공찬이>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나···


중도일보 오피니언 면의 '세상 속으로' 칼럼니스트이자, 이번에 중편소설 <다시 쓰는 설공찬이>를 펴낸 김재석 소설가를 만났다. 그는 현재 전북 순창군에 귀농해서 블루베리 농사를 짓는 귀농 6년차 농부이기도 하다. 순창군이 후원하고, 순창군립도서관이 기획한 지역문화콘텐츠인 <설공찬전>(순창 배경의 고전소설)이 김재석 작가의 공공프로젝트 참여 덕분에 세상에 다시 태어나게 됐다. 김재석 작가의 <다시 쓰는 설공찬이> 출간을 기념해 지난 11일 순창군립도서관에서 출판기념회가 성황리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우리나라 최초의 한글필사본 고전소설인 '설공찬전'을 발견(1996)해 세상에 알린 이복규 서경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함께 했다.

    

기념 촬영을 하는 이복규 교수와 김재석 작가.jpg

기념 촬영을 하는 이복규 교수와 김재석 작가 


-반갑습니다. 이복규 교수님, 김재석 작가님. 먼저 <다시 쓰는 설공찬이>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제가 알기로는 '설공찬전'은 순창을 배경으로 한 전기소설로 홍길동전보다 100년이나 앞서 나온 작품이라고 들었습니다, 채수라는 작가가 쓴 '설공찬전'은 조선왕조실록 중종편(1511)에 필화사건으로 기록된 최초의 소설로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어전회의를 들썩거린 당대의 베스트셀러였다면서요.

 

이복규 교수 : 허균의 홍길동전은 작가 논란부터 최초의 한글소설인가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설공찬전은 그런 논란이 필요 없는 국문학적 가치가 대단한 작품입니다. 설공찬전은 제가 1996년에 묵재 이문건 선생의 <묵재일기> 속에서 최초로 발견했을 당시 한글필사본이었고, 그것도 베껴 쓰다만 상태였습니다. 3400 여자의 옛 한글체로 된 짧은 소설이었죠. 기록으로만 존재하는 소설을 발견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고 영광이었습니다. 단지 완성본이 발견되지 않아 문학적인 가치를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아쉬움은 있죠.

 

김재석 작가 : 제가 순창군립도서관으로부터 <다시 쓰는 설공찬이> 공공프로젝트 참여를 요청받았을 때, 잘못하면 독배를 마시지 않을까 염려했습니다(하하하). 미완결의 설공찬전을 가지고 그동안 연극이나 웹툰, 소설 등이 나왔지만 이름만 빌렸을 뿐, 원본의 맥락을 살펴서 쓴 작품이 없다는 설명을 덧붙이더군요. 최대한 원본을 살려보자는 취지였는데 작가 채수의 머릿속에 들어가지 않고서야 원본을 끄집어낼 방법은 없을 거고, 누가 해도 추정과 창작적 요소가 가미되겠죠. 혹시 따지기 좋아하는 분들이 자기만의 원본 목차대조표를 들이밀지 않을까 걱정되더군요(하하하). 최대한 원본의 맥락을 따르기 위해서 제목부터 한글필사본에 쓰인 '설공찬이'로 정했어요.

 

이복규 교수 : 저도 제목을 잘 정했다고 봐요. 한문 원본 제목은 '설공찬전'이지만, 원본이 전하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전하는 국문번역본의 제목 '설공찬이'를 존중한 것이지요. 전하지 않는 원본보다 실존 이본을 중시하자는, 학계의 '이본중심주의'를 수용한 셈입니다.


-이 교수님, 김 작가님의 <다시 쓰는 설공찬이>를 보시고 어떤 매력을 느끼셨나요. 설마 목차대조표를 들이밀고 싶을 만큼 독배를 마신 것은 아니겠지요?(하하하)

 

이복규 교수 : 3400자의 짧은 미완결본이 75000여 자의 풍부한 중편소설로 거듭났습니다. 김 작가님이 원전의 공백을 많이 메워주셨다고 봐야죠. 원전을 읽으면서 가장 궁금했던 점은 저승에 갔던 설공찬의 혼령이 왜 지상에 다시 나와 남의 몸에 빙의되어 소동을 일으켰는가, 작품의 결말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었습니다. 어숙권의 패관잡기에 간략하게 소개된 바에 의하면, "자신의 원한과 저승이야기를 자세히 들려주었다"라고 했는데, 그 한이 무엇인지 원전에는 나오지 않습니다. '아버지에 대한 불효'를 속죄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번 작품의 해석입니다. 가능한 설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재석 작가 : 이 교수님이 말씀하신대로 설공찬의 한에 대한 뒷이야기가 없어요. 그래서 당시 시대적 사건(1498년 무오사화)15세기 말 순창의 생활상을 중심으로 찾아나갔어요. 연산군의 횡포로 인한 정치적 불안감, 조선전기 유교사상이 뿌리 내리면서 여성의 삶을 도외시했던 남녀차별, 중국이란 대국의 언어인 한문과 세종 임금이 만든 한글의 보급과정에서의 갈등 등, 원본의 에피소드와 그 시대적 생활상이 개연성을 갖도록 창작했죠. 저승 이야기도 불교와 도교에서 등장하는 염라대왕을 중심으로 한 지옥의 10대 심판대왕과 구천으로 표현된 천상세계를 차용해서 재해석했습니다.

 

이복규 교수 :김 작가님의 이번 책은 역사기록을 비롯해 관련 자료와 지식을 두루 활용했어요. 매우 훌륭합니다. '설공찬전'을 두고 벌어진 어전회의 과정을 기록한 조선왕조실록은 물론 당대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연산군 시절의 '무오사화'도 다룹니다. 이에 따라 관련 인물이 작품에 여럿 새로 등장해 다채롭습니다. 사후세계에 대한 불교적 상상력도 수용하되 연옥설도 섞는 등 흥미롭게 변형해 놓았어요.

뿐만 아니라 배경인 순창의 민속도 풍부하게 녹아 있어요. 최명희 작가의 혼불에 남원을 중심으로 한 전북 지역 문화가 고스란히 담겨 있듯이 김 작가님의 이번 작품도 그렇습니다. 설공찬 생가 현지에 전하는 마암(맷돌바위)전설, 모심기노래인 들소리, 상여꾼 노래, 무당이 굿할 때 부르는 노래(시왕풀이) 등이 적재적소에 등장해 실감을 돋웁니다. 특별히, 사촌의 몸에 빙의한 설공찬 혼령을 쫓기 위해 28수주문을 외는 대목은 이색적입니다. 성황대신을 모시는 단오절의 성황제와 두룡정 물맞이 등 순창 민속의 반영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음과 사후세계라는 보편적인 문제를 다룬 작품이면서 지역문학으로서의 특색도 지니게 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합니다.    


『다시 쓰는 설공찬이』 표지.png


-저승이야기를 하면서 지역문학의 특색도 담았다는, 달리 정리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이야기인데, 김 작가님은 어떻게 이번 작품을 구상하신 건지요.

 

김재석 작가 : 두 마리를 다 놓친 건 아니고요(하하하). 사실 '설공찬전'은 작가 채수가 실화를 바탕으로 쓴 작품입니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순창 설 씨 가문의 족보에 나옵니다. 설공찬의 아버지 설충란부터 작은 아버지 설충수도 나오고, 설공찬의 누이로 추정되는 인물도 족보에 나옵니다. 그런데 정작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설공찬은 족보에 나오지 않습니다. 아마 작가 채수가 지어낸 인물일 수도 있고, 필화사건으로 족보에서 지워졌을 수도 있겠죠. 장가들지 못하고 죽어서 족보에 올리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당시 '설공찬전'은 필화사건으로 모든 책이 불태워집니다. 제가 보기에 세 군데 정도 논란거리가 보입니다. 첫째는 '여자도 글을 알면 저승에서 벼슬도 하며 잘 지낸다'는 내용이고, 둘째는 중국황제라고 해도 저승에서는 염라대왕보다 못하다는 부분, 셋째는 중국 당나라를 배신하고 후량을 세운 당의 장군인 주전충과 같은 인물은 지옥에 떨어져 벌을 받고 있다는 증언 같은 대목입니다.

 

당시 시대 분위기로 봐서는 여자는 글을 배울 기회도 없었고, 벼슬에 나아간다는 건 상상도 못할 때였죠. 중국을 대국으로 섬기는 사대부의 나라인 조선에서 아무리 저승이야기라고 해도 황제를 모욕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중종반정을 통해 연산군을 몰아내고 중종이 임금 자리에 앉았는데, 주전충을 빗대어서 반역하는 자는 지옥에 간다니 다분히 임금의 역린을 건드리기에 충분했죠. 이런 툭, 던지는 듯한 에피소드가 왜 나왔는지, 설공찬이 살아가던 15세기 말 순창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조명해서 상호개연성을 갖도록 구성했어요. 시간을 역순으로 구성한 액자소설 형식과 설공찬이 죽어 빙의한 1508년과 설공찬이 살아있던 청소년기인 1498년을 오가며 교차편집으로 구성했어요. 한마디로 저승이야기(1508)와 이승이야기(1498)를 서로 씨실과 날실로 엮어서 이야기를 직조한 거죠.


『다시 쓰는 설공찬이』 출판기념회.png


-저승이야기를 빗대어 현실을 비판한 소설이라는 이야기로 들리는데, 그런 소설을 쓰고도 작가 채수는 무사했나요?

 

이복규 교수 : 조선왕조실록 중종 6(1511) 어전회의 기록을 보면 '설공찬전'을 놓고 논쟁을 벌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금의 검찰기관인 사헌부가 설공찬전을 '요서은장률'(불온서적을 몰래 숨긴 죄)을 적용해 수거한 뒤 모두 불에 태울 것과 작가 채수에게는 '좌도난정률'(부정한 도로 정도를 어지럽히고, 민중을 선동하고 미혹한 죄)로 교수형을 내리도록 중종 임금에게 상소하죠. 작가 채수는 자기들의 수장인 대사헌(지금의 검찰총장)까지 올랐던 인물인데 말입니다. 물론 사헌부의 주장에 대해 반론도 만만치 않았죠. 채수가 쓴 글이라고 하지만 본인도 인척관계인 설 씨 가문 사람에게 들은 대로 쓴 것이고, 스스로 지어낸 이야기도 아닌데 교수형에 처하면 그와 같은 비슷한 책들도 똑같은 법을 적용해야 하느냐며 논쟁이 붙었죠. 교수형은 너무 과하다는 뜻이 받아들여져서 중종은 파직만 명합니다. 어떻게 보면 채수가 들은 바 그대로 옮겨 썼다는 말은 단두대를 빗겨간 '신의 한 수'였다고 보이네요.

 

-옛날이나 지금이나 검찰총장 수난시대네요(하하하). 김 작가님. 이 작품이 공공프로젝트로 탄생했다고 하셨는데 어떤 프로젝트인가요?

 

김재석 작가 : 순창은 '순창고추장'이란 장류의 도시로 유명하죠. 그런 유명세에 비하면 문화적으로 딱히 내세울 부분이 마땅치 않았어요. 가까운 남원은 춘향전이, 담양은 가사문학이, 담양 옆 장성은 홍길동전으로 테마파크도 만들고 지명도를 높여가고 있는데 순창은 설공찬전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문화콘텐츠로 키우지 못했어요. 순창으로 귀농귀촌한 역량있는 예술인들과 함께 지역문화콘텐츠를 발굴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을 시작한 거죠. 순창군립도서관이 기획했고, <다시 쓰는 설공찬이>를 시작으로 앞으로 웹툰과 그림책 설공찬전, 연극 등 다양한 장르로 확대된 콘텐츠가 나올 예정입니다. 테마파크도 짓지 않을까 모르겠네요.(하하하)

 

이복규 교수 : 저는 <다시 쓰는 설공찬이>를 일독하실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아마 이 책을 즐겁게 읽는 가운데 '영혼', '사후세계', '여성 평등', '가족애' 등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아울러 설공찬전을 처음 발견해 세상에 알렸던 한 사람으로서 간절히 기대합니다. 이 작품에서 자극을 받아 영화나 뮤지컬 또는 새로운 웹툰 작품이 꼭 출현했으면 하는 바람과 희망을 가져봅니다.


<원문출처>

중도일보 http://www.joongdo.co.kr/web/view.php?key=202012130100106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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