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본지 논설위원 / 서경대 철학과 교수)

 2018.03.04  15:49:26

186189_67792_4542.jpg

고대 그리스인들은 참으로 대단했다. 올림픽, 학문, 민주주의도 그들에게서 시작됐다. 험준한 지형의 그리스 반도는 그들을 분리시켜 협소한 지역에 모여 살게 했다. 100여 개의 도시국가로 분리된 그들은 신화를 공유하고 그리스어로 소통했다. 언어적 통일성은 분리ㆍ분단된 그들이 그리스어를 모르는 이방인들을 만날 때 실은 하나라는 것을 알려주는 강렬한 매개였다.


 그리스인들은 같은 민족임에도 갈등과 전쟁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내전이 그치지 않았다. 내전 가운데 그리스 운명을 결정한 전쟁은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맞붙은 펠로폰네소스 전쟁이었다.

도시국가들이 두 진영으로 나뉘어 격돌하고 스파르타가 승리한다. 스파르타는 자신의 귀족 체제를 아테네에 이식하려 하나, 아테네 민주파 시민들은 아테네 성곽에서 귀족파를 지원하고 있던 스파르타 왕 앞에서 데모를 벌여 왕이 며칠간 거기서 나오지 못한다. 스파르타는 순순히 물러가지만 이러한 사태 전개는 그리스 역사 전체를 결정한다. 내전으로 그리스 역량이 약화된 시기에 마케도니아 왕국이 강성해진다. 앞선 시대에 페르시아를 물리칠 때 발휘되던 마라톤 아테네의 그 힘은 살아나지 못한다. 결국 고대 그리스 역사가 마침표를 찍는다.


갈등과 종말의 역사가 이어지던 그리스에서도 올림픽은 지속됐다. 그리고 적대 행위도 중단됐다. 이들은 축제를 즐겼다. 축제에서 겨뤄지던 종목은 오늘날의 세분화된 종목과는 매우 달랐다. 고대 올림픽에서 가장 인기를 끌던 경기는 달리기, 멀리뛰기, 원반던지기, 투창, 레슬링으로 구성된 5종 경기였다. 한 종목에 특화된 역량이 아니라 총체적 역량이 구경거리였다. 전문성보다는 전인적 역량이 초점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특화된 능력을 중시하고 이에 많은 보상을 주는 데 익숙하다.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을 나누고 나아가 단거리와 중장거리를 나누어 시청하고 승자에게 환호한다. 직업에서도 전문인은 보다 많은, 경우에 따라서는 너무 과도한 보상을 받는다. 이 시대는 전문성으로 질주하는 시대다. 이를 두고 역사가들은 귀족시대에 이어서 대중사회, 시민사회가 도래한 것이 아니라 전문가 시대가 도래했다고 오늘날을 진단한다. 모두가 전문가이고자 하며 대학도 예외는 아니다.

 대학과 교육부도 대학들의 획일성을 오래전부터 문제로 인식해 특성화 방향으로 질주해왔다. 각종 대학평가에서 특성화는 핵심 화두다. 이러한 추이를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다. 한국 대학들의 역사가 거의 모두 20세기 중반 이후 함께 시작되고 또한 사립대학이 대다수인 풍토에서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간 탓일 것이다. 국문과, 영문과 그리고 수학과를 세우는 기본 세팅을 한국 대학들은 평균적으로만 갖춘 것이다.

 그리고는 질적인 발전을 못한다고 대학의 획일성을 비판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오래전부터 문제라고 보는 그 획일성은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대학의 대학다운 면모를 구비하는 발전 단계의 한 현상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한 구조를 기반으로 특성화가 나타나면 의미 있는 질적 발전일 것이다.

 그런데 양적 팽창이 보인 그 획일성이 유구한 역사의 서양 대학 특성화 앞에서 너무도 초라하게 보이는지 특성화 구호가 난무한다. 몰아주기가 횡행한다. 외형적인 형태의 대학 모습마저 허물고 특성화 구호가 자리한다. 도달하는 지점은 특성화된 대학일까, 아니면 특성화된 전문인 양성소일까? 자신의 전문성에만 의지하는 전문인은 사회와 쉽게 유리되어 겉돈다.


 올림픽 이외에 그리스인들이 시작한 민주주의와 학문도 이와 밀접히 연계된다. 민주주의도 전문적 관점, 직업적 이해관계로만 주장될 때 헛돈다. 민주적 가치는 전문성과 직업성을 포괄하는 보다 상위의 시각인 시민의식이 등장할 때 실현된다. 또한 학문 세계에서의 융합 구호도 전문성과 직업성들의 온갖 만남이 아니라 그 기반에 인간 존재와 역사가 있다는 포괄적인 시선이 구비될 때 실현될 수 있다.


<원본기사>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86189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38895

서경대학교, 「2023년 인생나눔교실(수도권)」 기획사업 ‘인생 산타’ 통해 지역의 문화 소외계층 만나 ‘예술’ 선물 file

‘사회공헌’ 및 ‘재능기부’에 기반한 멘토 중심의 인문활동 ‘2023 인생 산타(수도권)’ 18명의 참여 멘토 대상 ‘활동 공유회’ 진행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문화예술센터(센터장 최은정)는 ⌜2023년 인생나눔교실⌟ 수도권...

[기고] 마약 확산, 국가 안보 차원에서 접근해야 file

한때 마약 청정국이던 우리나라가 최근 청소년과 주부층에까지 파고드는 마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인구 10만 명 당 마약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 통상 마약 청정국으로 분류되지만 2015년부터 30명 이상으로 올라갔으며, 2022년...

[서경대 MFS] MY Bank "중국“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위...

전규열 서경대 교수, 길음사회복지관에 올해 2번째 기부 file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8일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 100만원 상당 상품권을 전달했다. 전규열 서경대 경영학부 겸임교수(공감신문 대표이사)가 28일 오후 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

서경대 진로취업지원센터, 현직자 초청 직무 집중 Career Challenge Campus 프로그램 성료 file

- 11월 6일(월)부터 23일(목)까지 3주간 총 21개 프로그램 성황리에 진행 - 대기업 현직자 및 동문 선배 초청, 직무 이해와 취업 준비 방향성 제시 서경대학교(총장 김범준) 진로취업지원센터는 11월 6일(월)부터 11월 23일(목)까...

[서경대 MFS] 해외 인터넷 전문은행 "Synchrony Bank" file

서경대학교 MFS(Mobile Financial Service) 연구회는 금융정보공학과 서기수 교수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연구모임으로 세계적으로 급변하는 핀테크시장의 흐름과 동향파악을 통해서 국내 금융시장의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기 ...

[기획] 전환과 확장의 시기, 이오엔터테인먼트의 2023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사업화 지원사업 file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 업계 또한 위축된 요즘 같은 때에 글 작업에만 몰두하던 신인 작가, 감독들의 위기감은 커져간다. 이들은 꽁꽁 얼어붙은 시장에 진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2023 콘텐츠 창의인재동반사업 우수 프로젝트 ...

전순희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교수, (사)대한무용협회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상’ 수상 file

전순희 서경대학교 무용예술학부 교수가 (사)대한무용협회가 주최하는 ‘대한민국 최고 무용가상’ 시상식에서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상’을 수상했다. 국내 무용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사)대한무용협회는 매년 우리나라 ...

서기수 서경대 금융정보학과 교수 칼럼: [서기수 교수의 성공투자 법칙⑩] 리포트를 읽기 위한 필수 용어 file

<지난 호에 이어서> 여기 삼성증권이 2022년 11월 21일 발표한 ‘2023년 글로벌 경제전망’이라는 리포트의 한 내용을 소개한다. 최근 글로벌 경기 사이클이 코로나 펜데믹 이전과 다른 부분들을 설명하면서 최근 글로벌 금...

서경대학교 연구정보 환경보건센터, ‘2023 제1회 서경대학교 환경보건센터 세미나’ 개최 file

‘환경보건 현안 해결을 위한 생체 연구정보 생산과 활용전략’ 주제로 11월 17일(금) 오후 3시, 서울스퀘어 베를린룸서 서경대학교 연구정보 환경보건센터(센터장 이철민 교수)는 11월 17일(금) 오후 3시 서울스퀘어 베를린룸에서 ...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