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반성택 서경대교수.jpg

▲ 반성택 교수


봄이 한창이다. 올해는 한반도의 봄도 같이 찾아올 듯해 지난 100여 년과는 다르게 봄날을 맞고 있다. 한반도의 20세기는 공동체가 겪을 수 있는 온갖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거기에는 식민, 분단, 전쟁 등이 들어 있다. 이는 체험되면서 우리에게 고유한 역사성으로 쌓여만 간다. 우선 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이 기이하다. 지배 귀족층이 문서로 넘겼으니 말이다. 이는 일본이 발전소, 비료공장 등을 기반으로 오늘에도 버티는 배경이기도 할 것이다.


식민시대도 남들과는 많이 달랐다. 일본은 대동아공영권을 외치며 동양세계의 해방자를 자처하지만 한반도는 일본이 대신 지켜준다는 공영권에도 들지 못한다. 일본과 한반도는 하나라는 것이다. 우리는 그 시절에 지배를 받은 정도가 아니라 우리라는 존재의 말살을 겪었다. 이어지는 분단도 친청, 친일, 친러 등은 난무하지만 정작 우리는 없는 세기말 조선에서 잉태돼 나타난다. 분단은 외세로 이뤄지나 그 시작은 세기말 조선왕국의 성격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전쟁도 다른 전쟁과는 그 양상이 너무도 달랐다. 전선은 남북으로 네 번이나 오르내린다. 주인이 바뀔 때마다 보복할 기회는 이어진다. 이에 전쟁의 실질은 내전과 살육으로 채워진다.


한반도 역사는 이처럼 우리에게 체화돼 우리의 고유한 역사성으로 전이돼 쌓여왔다. 그리고 이 삼켜진 역사성은 한국의 대학들에도 그대로 녹아들어 간다. 전쟁을 겨우 봉합한 이 국가는 초등학교 의무 교육도 제대로 못한다. 대학은 국가가 미치지 못하는 영역이었다. 그 말 많은 대학인 서울대학교도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을 나온 영관급 장교가 일본인이 주로 다니는 문리대와 서울 곳곳의 전문학교를 통합해 만든 대학이다. 이러한 상태에서도 대학은 늘어가며 우골탑이라는 시대적 상징어도 등장한다. 또한 국가가 기능하지 못하는 와중에 사립대는 대거 설립되며 다수를 점한다. 현재의 대학 지형도는 특성화나 설립 취지보다는 국가 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던 역사성에 기인하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영국이나 미국 대학들의 우수한 성과를 보며 이를 대학 발전모형으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어떻게 대학, 특히 사립대학이 커왔는지를 생각해 봐야 한다. 영국 사립대학들은 19세기께 영국의 찬란한 역사와 함께 성장하며, 이는 영국 엘리트들이 다른 국가들보다 그나마 상대적으로 정의로웠다는 점에 기인한다. 영국 사립대학들은 오늘날에도 귀족시대의 생산성과 성공을 의식하며 운영된다. 미국의 유명 사립대학들도 역사성을 토양으로 성장해왔다. 종교개혁 시기부터 신대륙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미국인들은 가족 동반의 신교도들이 주류였으며 이들은 건너와서 신교 계열의 대학들을 신념으로 세워 후세를 키우고자 한다.


한국 대학들은 우리의 아쉬운 20세기 역사성을 발판으로 등장한다. 국가가 국가답지 못한 역사를 자양분으로 대학이 설립된 것이다. 그러니 대학발전 나아가 사립대학 발전을 원한다면, 대학평가의 그 세밀한 지표에 부응하는 정도보다는 대학이 대학다운 모습을 이끌지 못했던 우리의 역사를 떠올리며 발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전임교원 확보 정도를 평가하면서 사실상의 비정규직 전임교수를 포함하며 평가하고, 평가지표는 특성화로의 질주를 요구해 가용 교육비 몰아주기를 결과하는 대학평가는 상대평가에 따른 배제 논리를 제공할지 몰라도 대학발전이라는 과녁을 맞힐 수는 없다.


드디어 한반도의 봄이 거론되는 이 시점에, 성급하지만 이 사회가 지정학적 평화 직후의 과제에도 나설 수 있기를 소망한다. 특히 대학의 봄을 맞고 싶다. 실질적인 전임교원이 기준 이상으로 확보돼 있는지 그리고 교육비가 교육과 연구에 실제로 쓰이는지를 관리하면서 한국 대학의 봄이 오기를 소망한다. 양적 성장의 봄은 지난 1990년대 정점을 지나고 이제는 구조조정을 말하는 시점에 대학다운 본질을 구비하는 질적 성장이 역사성에 기반해 이뤄지기를 고대한다.


<원문출처>

한국대학신문 http://news.unn.net/news/articleView.html?idxno=189444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38534

한국헌법학회, 한국형 지방재정조정제도 학술 심포지엄

[천지일보=명승일 기자] 김관영·심상정 의원, 한국헌법학회(회장 고문현)가 주최하고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송재호)가 후원한 ‘한국형 지방재정조정제도 모색’ 학술 심포지엄이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 칼럼 : 漢字, 세상을 말하다] 開闢<개벽>

개벽은 개천벽지(開天闢地)의 줄임 말이다. 하늘을 열고 땅을 쪼갠다는 말이다. 새로운 천지를 연다는 의미다. 개벽의 원래 의미는 여러 가지다. 첫째, 천지창조다. 후한서(後漢書)에 “역신(逆臣) 동탁(董卓)이 황실을 뒤엎고 법전을...

"미래에도 사람-약사의 역할이 존재" - 최용석 서경대 교수 '시대 맞는 새로운 역할 변화’'주문 file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도 사람을 위해 서비스하는 약사는 없어지지 않고 새로운 역할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시됐다. 경기지부(지부장 최광훈)는 13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제2전시장에서 ‘제13회 경기약사학술대...

[반성택 서경대 교수 시론] 한반도의 봄과 대학의 봄 file

▲ 반성택 교수 봄이 한창이다. 올해는 한반도의 봄도 같이 찾아올 듯해 지난 100여 년과는 다르게 봄날을 맞고 있다. 한반도의 20세기는 공동체가 겪을 수 있는 온갖 이야기로 점철돼 있다. 거기에는 식민, 분단, 전쟁 등이...

서경대 등 서울소재 대학에서 2학기에 운영되는 ‘공유대학 플랫폼’…남은 과제 산적 file

강좌 약 10% 공유 1차 목표…30%까지 확대 논의 교육부, “성공하려면 이용 학생 확보가 관건…정부 지원할 것” 실무진, “실효성에 의문…시범운영 통해 문제점 보완해 나가야” [한국대학신문 이하은 기자] 오는 2학기부터 서...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 학생들, 한국직업방송 ‘생방송-취업이 보인다’ 제작 및 리포터로 활동 file

'청년기획단이 간다'코너 3월부터 1년간 맡아 진행 7회차 방송분 '플로리스트' 편, 4월 30일(월) 오전 11시부터 1시간 동안 방영돼 서경대학교 청년문화콘텐츠기획단(운영위원장 방미영 교수, 이하 ‘청문단’) 학생들이 제작 및 ...

[진세근 서경대 겸임교수 칼럼] 시진핑이 '저질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 file

요즘 쓰레기가 화두다. 원인은 다양하지만 핵심은 중국이다.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먹고 살만 해졌으니 쓰레기를 안 받는 것이겠지’라고 한가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단순히 ‘그런 지저분한 물건 취급 안...

서경대 등 서울 소재 23개 대학, 오는 2학기 학점교류 본격 시행 file

서울총장포럼, 세계 최초 공유대학 플랫폼 첫 공개 ▲서울총장포럼에 참석한 23개 대학 총장들과 김상곤 교육부총리를 비롯한 교육부 관계자들. 한명섭 기자 8일 서울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제11회 서울총장 포럼에서 세계최초...

서경대학교 언어문화교육원, 교육부 산하 국립국제교육원 공모사업 ‘2018 주요 국가 학생 및 토픽 우수자 초청 연수’ 위탁기관으로 선정돼 file

26개 국 30명의 외국 학생, 7월 10일부터 11일 간 본교서 연수교육 참여 서경대 학부 및 대학원생 대상 연수 진행 도우미 및 홈스테이 가정 모집  서경대학교 언어문화교육원(원장 안병팔 교수)이 최근 교육부 산하 국립국...

‘서경대 사람들’ 인터뷰 : 김승준 서경대 제27대 너울 무적 이공대학 정 학생회장 file

“임기를 마치고 시간이 흘렀을 때 ‘그래도 그때 일했던 학생회장만한 사람은 없었다.’라고 학우들이 기억하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너울 무적 이공대학 정 학생회장 김승준 군 계절의 여왕인 5월을 맞아 캠퍼스...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