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대학교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

[진세근 교수 기고] 暗香<암향>

조회 수 13804 추천 수 0 2017.03.20 18:15:41

170319_중앙SUNDAY.jpg


갓득 냉담한대 암향은 므사일고

 

정철 사미인곡의 한 구절이다. 우리 선비는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을 경멸하고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것을 으뜸으로 쳤다. 암향은 어두운 향기가 아니다. 한켠으로 비켜 있는, 자신을 보여주려고 안달하지 않는, 숨어 있는 향기다.

중국 시인들도 암향을 최고로 평가했다.

담장 모퉁이 매화 몇 송이/ 추위를 타고 와 혼자 피었다/ 멀리서도 눈이 아님을 알겠구나/ 암향이 코끝에 있으니(墻角數枝梅 凌寒獨自開 邀知不是雪 爲有暗香來)’

 

()나라 시인 왕안석(王安石)의 시 매화(梅花). 매화와 암향은 거의 동의어처럼 쓰인다. 묵매(墨梅)는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간 의미다. 암향에 묵까지 얹혔으니 암향의 최고 경지라고나 할까.

 

원말명초(元末明初) 화가 왕면(王冕)은 묵매 한 점을 그려 놓고 이렇게 노래했다.

왕희지( 王羲之 - · 의 서예가)가 붓 씻던 연못가/ 가지마다 옅은 묵매가 피었다/ 그 색깔 칭찬할 이 필요 없네/ 그저 천지에 맑은 향기만 가득하구나(吾家洗硯池頭樹 朶朶花開淡墨痕不要人?好顔色 只留淸氣滿乾坤)’

 

매화의 그 밝은 색깔조차 화사함으로 여겨 내치는, 그 깐깐함이 손에 잡힐 듯 그려진다. 암향의 상징 매화의 색까지 담담한 묵흔으로 지웠다. 겉치레에 대한 옛 시인들의 경계는 이처럼 치열했다.

 

암향과 통하는 것이 석회(石灰). 석회처럼 희미한 색깔이 또 있을까. 수십 길 지하에서 온갖 고초를 겪었으니 시인들이 석회를 그냥 지나칠 리 없다.

천 번을 찍고 만 번을 쪼아야 산에서 나온다/ 불길로 태워도 한가롭기만 하구나/

DA 300몸을 가루로, 뼈를 조각으로 만든 데도 태연자약/ 다만 세상에 청백으로 남으리라(千錘萬鑿出深山 烈火焚燒若等閑 粉身碎骨渾不? 要留淸白在人間)’

 

명대 청백리 우겸(于謙)의 절창이다. 수만 도의 불길과 수억t의 무게를 견디고도 겸손한 표정을 잃지 않는 석회에서 시인은 황제에 폭정을 견디며 백성을 위해 꿋꿋이 버텨내는 청백리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장미 대선이 코앞이다. 암향의 향과 석회의 자태를 지닌 인물이 누구일지, 곰곰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진세근

서경대학교 문화콘텐츠학부 초빙교수 



<원문 출처>

중앙SUNDAY http://news.joins.com/article/21382814

List of Articles
List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이즈미 지하루 서경대 글로벌비즈니스어학부 교수 칼럼: 요절한 남편 평생 사랑, 이중섭의 아내[이즈미 지하루 한국 블로그] file 홍보실 2022-10-07 38502

권근원 서경대 명예교수, 삼영화학공업(주) 사내이사(대표) 선임 file

권근원 서경대학교 명예교수가 3월 24일(금) 삼영화학공업(주) 사내이사(대표)로 선임됐다. 임기는 2020년 1월 23일까지다. 권 교수는 연세경영학회장, 한국서화예술협회장, 조명하의사기념사업회 부회장 등으로 할동하고 있으며, 서경대...

[KTV 국민방송] 대학 상담센터 확산..대기시간 단축 필요 file

<영상 보기> http://www.ktv.go.kr/content/view?content_id=534302 앵커> 최근 상담 공간을 새로 마련하거나 상담 분위기를 학생 맞춤형으로 바꾸는 대학이 늘고 있는데요. 문제는 상담 대기 시간이 너무 길다보니 학생들이 불편...

종로미용학원 ‘아름다운사람들 뷰티스쿨’, 서경대학교 입시설명회 성료 file

헤어 전문 미용학원 종로 아름다운사람들 뷰티스쿨이 ‘2018년 서경대학교 입시설명회’를 성황리 마쳤다고 전했다. 해당 업체는 이번 설명회를 통해, 높은 등급으로 입학이 가능했던 서경대학교의 입학 방식이 실기고사 전형으로 ...

서울시-서경대, '2017 우리동네 예술학교' 단원 모집 file

[리더스뉴스/독서신문 김주경 기자] 서울시와 서경대학교는 서울지역 25개 자치구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무료 예술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우리동네 예술학교’의 참여학생을 모집한다고 23일 밝혔다. 본 프로그램은 서울지...

[3시의 인디살롱] 아이엠낫 “이승환은 대인배...29일 콘서트서 콜라보 요청” file

[OSEN=김관명기자] 2월말에 있었던 일이다. 가수 이승환이 네이버 ‘히든트랙넘버V’ 3월 키맨(Keyman) 역할을 맡기로 결정했다. ‘히든트랙넘버V’는 정상의 선배 뮤지션이 ‘키맨’이 돼 전도유망한 후배 인디뮤지션(락커. Locke...

서경大,지역사회 독거어르신에 사랑의 김치 전달 file

서경대는 18일,서울 성북구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봄맞이 온정 나눔 김장행사에 참여했다.(사진제공=길음종합사회복지관) 서경대는 지난 18일, 성북구 길음 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봄맞이 온정 나눔 김장행사'에 참여했다고...

주한 中대사관 부녀회원들, 中유학생 267명 다니는 서경대 방문 file

▲ 17일 서울 성북구 서경대 유담관 뷰티아트센터에서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 부인 리산 여사 (가운데)가 서경대 미용예술대학 교수에게 메이크업을 받으며 화장법을 배우고 있다. 이날 주한 중국대사관 부녀회원 26명은 각각 자...

[임성은 교수 기고] 성과 위주로 공무원 평가 바꿔야 file

임성은 서경대 공공인적자원학부 교수 ‘4차 산업혁명’은 다보스포럼의 주제가 될 정도로 글로벌 이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4차 산업혁명이 무엇이냐’는 기초적인 질문부터 육성 대상과 지원 방법, 정부의 역할론까지 다...

올해 수능 없이 대학 갈 확률 높아진다 file

수시 학생부종합전형 8만3,231명 선발 ◇한림대가 지역 고교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공 적성체험 프로그램. 강원일보DB. 2018학년도 수시에서 수능최저학력기준 없이 대학에 갈 수 있는 인원이 늘어났다. 올해 대입에서 수시모집...

[진세근 교수 기고] 暗香<암향> file

‘갓득 냉담한대 암향은 므사일고’ 정철 사미인곡의 한 구절이다. 우리 선비는 화려하게 드러나는 것을 경멸하고 은은하게 스며 나오는 것을 으뜸으로 쳤다. 암향은 ‘어두운 향기’가 아니다. 한켠으로 비켜 있는, 자신을 보여...

Today
서경광장 > 서경 TODAY
서경대학교의
새로운 소식과 이벤트들을 만나실 수 있습니다.